한때 조용했던 미즈노 러닝화, 요즘 왜 다시 주목받을까? 120년 브랜드의 반격과 신제품 이야기

최근 미즈노의 새로운 러닝화 HYPERWARP 96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한 짝에 겨우 96g이라니.
독특한 갑피부터 날렵한 디자인까지 눈길을 끄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제품을 살펴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즈노가 원래 이렇게 러닝화 기술력이 뛰어난 브랜드였나?’
물론 미즈노가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어요.
야구용품과 골프용품, 축구화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러닝화 시장을 보면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호카, 온 같은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더 자주 접했던 것 같아요.
특히 카본 플레이트와 초고반발 미드솔을 적용한 슈퍼슈즈 경쟁에서는 미즈노의 이름이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NEO VISTA, NEO ZEN, HYPERWARP 등 새로운 러닝화 이름들이 계속 들려오기 시작했거든요.
대체 미즈노에 무슨 변화가 생긴 걸까요?
1. 미즈노는 원래 러닝화를 잘 만들던 기업이었다

미즈노는 1906년 일본 오사카에서 시작된 스포츠용품 기업입니다.
창업자는 미즈노 리하치와 그의 동생 리조였어요.
처음에는 야구공과 서양식 잡화 등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이었습니다.
이후 스포츠 의류와 각종 운동용품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창업자의 철학입니다.
미즈노의 기업 역사에는 일본 오사카 사투리로 전해지는 말이 있어요.
‘에에몬 츠쿤나하레야(ええもんつくんなはれや)’
좋은 물건을 만들라는 뜻입니다.
단순히 상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보다 좋은 스포츠용품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죠.
이러한 철학은 미즈노가 소재와 구조를 연구하는 제조 중심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되었습니다.
2. 미즈노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WAVE RIDER
미즈노 러닝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WAVE RIDER(웨이브 라이더)입니다.

1997년 첫 모델이 등장했는데, 미즈노는 당시 러닝화의 중요한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바로 쿠셔닝과 안정성입니다.
부드러운 미드솔은 충격을 흡수하는 데 유리하지만 지나치게 부드러우면 발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반대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단단하게 만들면 착화감이 떨어질 수 있죠.
미즈노는 파도 형태의 플레이트를 이용해 두 기능의 균형을 추구했습니다.
이 기술이 바로 MIZUNO WAVE입니다.
웨이브 라이더는 미즈노의 대표적인 러닝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5년 미즈노 공식 발표에 따르면 WAVE RIDER 시리즈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1,000만 켤레를 넘었습니다.
결코 러닝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브랜드는 아니라는 이야기죠.
3. 그런데 왜 최근 러닝화 경쟁에서는 조용했을까?
2020년대 러닝화 시장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카본 플레이트와 고반발 폼을 결합한 레이싱화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일반 러너들에게도 두툼하고 반발력이 좋은 러닝화가 인기를 얻었습니다.
러닝화의 경쟁 기준이 빠르게 달라진 것입니다.
예전에는 쿠셔닝과 안정성, 내구성을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여기에 무게, 에너지 반환, 러닝 효율, 새로운 착화감까지 중요해졌습니다.

미즈노도 WAVE REBELLION 시리즈 등으로 새로운 기술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미국의 러닝화 전문 매체 Believe in the Run은 NEO VISTA를 리뷰하면서 미즈노가 이전 10년 동안 비슷한 접근을 반복해 왔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는 한 매체의 평가입니다.
그런데 미즈노 내부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2024년 NEO VISTA 발표 당시 미즈노 미국법인의 러닝 부문 책임자는 러너들이 미즈노 브랜드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예상하지 못했던 고성능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존의 미즈노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뜻이었죠.
4. 분위기를 바꾼 러닝화, NEO VISTA

2024년 등장한 MIZUNO NEO VISTA는 미즈노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제품이었습니다.
기존 웨이브 라이더와는 외형부터 달랐습니다.
두툼한 미드솔과 니트 갑피, 부드럽고 탄력적인 착화감을 강조한 슈퍼트레이너였어요.
슈퍼트레이너란 레이싱화에서 발전한 고기능 소재와 구조를 훈련용 러닝화에 적용한 제품군을 말합니다.
NEO VISTA는 일상적인 러닝부터 장거리 훈련까지 폭넓게 활용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미즈노가 강조해 온 안정성에 새로운 반발력과 쿠셔닝을 결합한 것이죠.
이 제품은 해외 러닝화 전문 리뷰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WearTesters는 초대 NEO VISTA를 2024년 미즈노의 대표적인 주목 제품으로 평가했습니다.
저는 이 모델이 미즈노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충성 고객을 위한 러닝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착화감을 원하는 러너들에게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5. 2026년 미즈노 러닝화, 어떤 모델들이 달라졌을까?
최근 미즈노의 특징은 제품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것입니다.
가볍게 달리는 사람부터 기록을 목표로 하는 러너까지 목적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6. HYPERWARP 시리즈, 미즈노가 다시 레이싱 시장을 겨냥하다
2026년 10월 8일 미즈노는 HYPERWARP 2세대 라인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는 러닝 능력과 목적에 따라 네 가지 제품으로 확대했습니다.

무게는 모두 270mm 한 짝 기준입니다.
PURE 2와 ELITE 2는 11월 6일, RACER와 PACER는 12월 10일 일본 출시 예정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제품은 PURE 2입니다.
새로운 MIZUNO ENERZY XP+ 소재와 3D 카본 플레이트를 적용해 경량화와 추진력을 추구했습니다.
ELITE 2는 보다 균형 잡힌 착지 특성을 고려했고, RACER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카본 플레이트를 적용했습니다.
PACER는 또 다른 접근을 보여줍니다.
엘리트 선수들이 카본 플레이트 없이도 레이스 페이스 훈련을 할 수 있는 신발을 원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개발됐습니다.
단순히 성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실제 훈련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제품군에 반영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7. 한 짝에 96g, 미즈노는 어디까지 가벼워지려는 걸까?

그리고 2026년 9월 발표된 HYPERWARP 96.
제가 미즈노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제품입니다.
270mm 기준 무게가 약 96g에 불과합니다.
미드솔에는 전용으로 개발한 MIZUNO ENERZY XP+ LIMITED EDITION을 사용했습니다.
3차원 카본 플레이트와 TPU 섬유 구조를 제어한 DUAL SKIN UPPER도 적용했습니다.
특히 갑피는 기존 메쉬나 니트 원단과는 다른 3D 부직포 성형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즈노는 이 제품을 전 세계 696켤레 한정 콘셉트 모델로 출시할 계획입니다.
일본 가격은 88,000엔으로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의 의미는 단순히 비싼 러닝화를 판매한다는 데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즈노는 이번 제품에 사용된 기술과 개발 방향을 향후 HYPERWARP 시리즈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기술로 어디까지 가벼운 러닝화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얻은 기술을 다음 제품에 반영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8. 창업자가 남긴 마지막 부탁, 스포츠에 돌려달라
미즈노의 경영 이념 ‘더 좋은 스포츠 용품과 스포츠 진흥을 통해서 사회에 공헌한다’는 창업자인 미즈노 리하치 씨(1884~1970)가 제창해온 ‘좋은 물건을 만들자’와 ‘돈보다 도리’의 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좋은 물건을 만들자’는 시대에 맞는 좋은 상품 만들기를 의미한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추구하는 활동에 이어지고 있다. 또 스포츠 진흥을 통해 시장을 창출하고 그 결과가 사업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모델은 ‘돈보다 도리’ 정신에 의거한 활동이 된다.

미즈노의 역사를 찾아보다가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창업자 미즈노 리하치는 생전에 스포츠용품 제조뿐 아니라 스포츠의 보급과 발전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1970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스포츠계에 환원해 달라는 뜻을 남겼습니다.
그 유지를 바탕으로 스포츠 진흥을 위한 재단이 만들어졌습니다.
1906년 작은 상점에서 출발한 기업의 창업자가 평생 함께했던 스포츠 산업에 자신의 재산을 돌려주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미즈노의 기업 철학이 단순한 판매를 넘어 스포츠용품의 발전과 스포츠 문화의 보급에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화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2026년 출시된 WAVE RIDER 30.1과 30.2의 미드솔에는 숫자로 된 좌표가 디자인 요소로 들어가 있습니다.
처음 보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한데, 알고 보니 미즈노의 혁신 연구시설인 MIZUNO ENGINE의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라고 합니다.
기술 연구소의 위치를 신발 디자인에 담다니.
작은 디테일에서도 기술 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의 성격이 느껴집니다.
9. 최근 미즈노가 다시 주목받는 진짜 이유
여러 제품과 기업 자료를 조사하면서 미즈노의 변화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러닝화의 착화감이 달라졌습니다.
미즈노는 오랫동안 안정성과 내구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초임계 발포 소재와 고반발 미드솔, 새로운 플레이트 설계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NEO VISTA와 NEO ZEN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두 번째, 제품군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상 조깅을 위한 WAVE RIDER와 NEO ZEN.
장거리 훈련을 위한 NEO VISTA.
기록 도전을 위한 HYPERWARP.
러너들의 다양한 목적에 맞춰 제품 선택지를 늘리고 있습니다.
세 번째, 기업 차원에서도 러닝 시장의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6년 5월 미즈노의 투자자 대상 경영계획 자료에는 러닝 사업을 향후 성장동력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최상위 러닝 시장에서의 재도약, 일반 러너 시장 확대, 글로벌 선수 계약 강화, 전문 판매점과의 접점 확대를 주요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미즈노가 최근 러닝화 세계 시장점유율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까지는 이번 자료만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품에 대한 전문 매체의 관심과 신제품 개발, 기업의 투자 방향을 보면 미즈노가 러닝 분야를 다시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 120년 역사의 미즈노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러닝화 한 켤레가 너무 멋져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조사할수록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습니다.
1906년 작은 스포츠용품 가게에서 시작해 WAVE 기술로 러닝화의 안정성과 쿠셔닝을 발전시켰던 기업.
한동안 새로운 러닝화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다시 소재와 구조를 바꾸며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기업.
그리고 이제는 96g짜리 러닝화까지 만들어낸 기업.
미즈노의 이야기를 보면서 오래된 기업이 가진 기술의 가치와 새로운 도전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과거에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도 선택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달라지면 제품도 달라져야 하고, 제조 기술 역시 발전해야 하겠죠.
미즈노가 최근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120년 동안 쌓아온 기술에 머물지 않고, 그 기술을 새로운 러닝화 시장에 맞게 바꾸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앞으로 미즈노가 어떤 기술을 선보일지, HYPERWARP 96에서 보여준 초경량 기술이 일반 러닝화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신발 한 켤레로 시작된 궁금증이 120년 기업의 역사와 미래까지 이어졌네요.
이런 이야기를 알아가는 것이 퇴근 후 공부하는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 미즈노 공식 기업 연혁
- 미즈노 2026년 5월 중기 경영계획 발표자료
- 미즈노 2026년 WAVE RIDER 30, NEO ZEN 2, NEO VISTA 3 제품 발표
- 미즈노 2026년 HYPERWARP 96 및 HYPERWARP 2세대 발표
- Mizuno USA, 2024년 NEO VISTA 출시 발표
- Believe in the Run 및 WearTesters 러닝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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