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HYPERWARP 96, 운동화 갑피를 TPU를 뿌려서 만든다고? OXMAN에서 발견한 신발 제조 기술의 진화

미즈노에서 공개한 새로운 러닝화 HYPERWARP 96을 보고 첫눈에 감탄했어요.
디자인이 정말 멋지더라고요.
날렵한 실루엣에 두툼한 미드솔, 독특한 흰색 갑피까지.
요즘 러닝화 기술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조금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어요.
어퍼(Upper), 바로 신발 갑피 부분이었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메쉬나 니트 원단과는 뭔가 달랐습니다.
특히 발목 주변을 보면 아주 가느다란 섬유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모습이었어요.
‘이건 도대체 어떤 원단이지?’
처음에는 새로운 메쉬 조직인가 싶었는데,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편직 원단과는 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미즈노 공식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1. 96g짜리 러닝화, HYPERWARP 96

2026년 9월 24일, 미즈노는 새로운 초경량 러닝화 HYPERWARP 96을 발표했습니다.
27.0cm 기준 한 짝 무게가 약 96g.
제품 이름에 들어간 숫자 96이 바로 신발 무게를 의미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미드솔과 카본 플레이트까지 갖춘 러닝화라는 사실이에요.
- 제품명: MIZUNO HYPERWARP 96
- 무게: 약 96g, 270mm 한 짝 기준
- 갑피: DUAL SKIN UPPER
- 미드솔: MIZUNO ENERZY XP+ LIMITED EDITION
- 플레이트: 3D 카본 SMOOTH SPEED PLATE
- 출시 예정: 2026년 12월 4일 일본 선행 판매
- 판매 수량: 전 세계 696켤레 한정
- 일본 판매가격: 88,000엔
극단적인 경량화를 추구하면서도 러닝화에 필요한 반발성과 안정성까지 고려한 모델입니다.
하지만 제 관심을 가장 끈 것은 밑창이 아니라 갑피였습니다.
2. DUAL SKIN UPPER, 기존 원단과 무엇이 다를까?

미즈노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아낸 기술 이름은 **DUAL SKIN UPPER(듀얼 스킨 어퍼)**입니다.
공식 자료에는 TPU 섬유의 밀도와 방향을 부위별로 제어하고, 3D 부직포 성형 방식으로 가벼우면서도 발에 밀착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TPU는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입니다.
유연성과 탄성을 활용할 수 있어 신발 소재에도 널리 사용되죠.
일반적인 운동화 갑피는 메쉬나 니트 원단을 만든 후 재단하고 봉제해 형태를 완성합니다.
그런데 미즈노의 설명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원단의 조직을 활용하기보다는 TPU 섬유 자체의 배치와 밀도를 조절해 갑피의 기능을 설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신발끈과 내부 스트랩까지 없앴다는 점입니다.
갑피의 구조만으로 발을 안정적으로 감싸도록 설계한 것이죠.
여기까지 읽고 나니 제조공정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TPU를 어떻게 섬유로 만들었을까?’
‘가느다란 섬유를 어떤 설비로 입체적으로 쌓았을까?’
‘기존 재봉공정을 대신하는 기술일까?’
아쉽게도 공식 자료에서는 정확한 분사장치, 노즐, 성형 조건이나 생산설비까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는 다른 기업의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3. 그러다 OXMAN의 신발 제조 영상을 발견했다
자료를 조사하던 중 미국의 소재·디자인 기술 기업 **OXMAN(옥스만)**에서 공개한 O° 프로젝트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영상이었어요.
기존 신발공장에서 흔히 보던 재단기나 재봉기가 아니라 로봇과 특수 노즐로 신발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었거든요.
특히 눈길을 끈 장면은 아주 가느다란 섬유를 분사해 입체적인 표면에 쌓는 공정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미즈노 HYPERWARP 96의 흰색 갑피가 떠올랐습니다.
OXMAN은 이 프로젝트에서 크게 세 가지 공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① 산업용 로봇 멜트블로운(Melt Blowing)

고분자 소재를 녹여 가느다란 섬유로 만들고, 고온 공기 흐름을 이용해 섬유를 연신·분사하는 기술입니다.
분사된 섬유들이 쌓이면서 부직포 구조를 형성합니다.
② 비평면 3D 프린팅(Non-planar 3D Printing)

평평한 바닥이 아니라 신발처럼 복잡한 곡면을 따라 필라멘트를 적층하는 기술입니다.
일정한 경로를 따라 소재를 배치해 보강 구조와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③ 산업용 발포(Industrial Foaming)

고분자 소재에 기포 구조를 형성해 가볍고 부드러운 쿠션층 등을 만드는 공법입니다.
OXMAN은 이 기술들을 조합해 하나의 신발 안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4. 로봇 멜트블로운은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

제가 가장 관심 있게 살펴본 것은 첫 번째 공법이었습니다.
Melt Blowing, 우리말로는 용융 분사 또는 멜트블로운이라고 부릅니다.
👉 OXMAN의 신발 제조 영상 보러가기 (로봇공학 카테고리)
제조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고분자 원료 공급
플라스틱 계열의 고분자 원료를 압출기에 공급합니다.
2단계. 가열과 용융
스크루와 히터 등을 이용해 소재를 녹이고, 섬유를 형성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듭니다.
3단계. 분사노즐을 통한 섬유 형성
용융된 소재가 미세한 노즐을 통과합니다.
이때 고온의 공기 흐름이 소재를 가늘게 늘려 섬유 형태로 만듭니다.
4단계. 섬유 적층
형성된 섬유를 원하는 표면에 쌓습니다.
섬유들이 서로 얽히면서 부직포 형태의 구조물이 만들어집니다.
5단계. 형상과 밀도 제어
노즐과 성형 대상의 상대 위치, 분사량, 이동속도, 적층 경로 등을 조절하면 부위별 섬유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로봇을 결합하면 평면뿐 아니라 복잡한 입체 형상에도 섬유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5. 그렇다면 어떤 생산설비가 필요할까?
OXMAN이 공개한 공정과 일반적인 고분자 용융 분사 기술을 기준으로 보면 필요한 설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압출기(Extruder)
고분자 소재를 일정한 온도로 가열하고 용융 상태로 공급하는 장치입니다.
소재의 온도와 점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균일한 섬유를 만들기 쉽습니다.
섬유 분사노즐(Spinning Nozzle)
용융 소재를 가느다란 섬유로 형성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멜트블로운 방식에서는 고온 공기를 활용해 섬유를 연신합니다.
산업용 로봇(Robotic System)
노즐이나 성형 대상을 움직이며 원하는 위치에 소재를 적층하도록 합니다.
복잡한 곡면을 따라 움직이기 위해 다축 로봇이나 전용 다축 장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용 라스트(Last)
신발의 입체 형상을 구현하기 위한 기준 형상입니다.
발등, 뒤꿈치, 발목 주변 등 복잡한 구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합니다.
공정 제어 시스템
온도, 토출량, 이동속도, 노즐과 성형 대상의 거리 등을 제어합니다.
결국 단순히 섬유를 뿌리는 기계가 아니라 소재공학과 압출 기술, 자동화 제어가 결합된 설비인 셈입니다.
6. 미즈노도 이런 공법을 사용한 것은 아닐까?
여기서부터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관련 기술을 비교하면서 생각해 본 제 개인적인 추론입니다.
미즈노는 TPU 섬유를 활용해 3D 부직포 갑피를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섬유의 밀도와 방향을 부위별로 조절했다고 밝혔죠.
반면 OXMAN은 실제로 용융 고분자를 섬유로 분사해 입체적인 부직포를 형성하는 장면과 관련 제조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물론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OXMAN의 O° 프로젝트는 생분해성 고분자인 PHA를 사용합니다.

미즈노는 TPU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일한 원료나 설비를 사용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섬유를 입체적으로 형성하고, 적층량과 배열을 변화시켜 서로 다른 기능을 구현한다는 점에서는 기술적인 유사성이 있습니다.
이런 자료를 연결해 보면 미즈노 역시 멜트블로운과 유사한 용융 섬유 분사 기술이나, 로봇을 이용한 3D 섬유 적층 공법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예를 들어 발등처럼 유연성이 필요한 부위는 섬유를 상대적으로 성기게 형성하고, 발을 잡아줘야 하는 부위는 더 촘촘하게 적층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특정 방향으로 섬유를 배치해 필요한 방향의 지지력을 확보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다만 실제 미즈노 생산라인의 섬유 형성 원리, 장비 제조사, 섬유 결합 방식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두 기술이 동일하다는 결론이 아니라, 공개된 제조 기술을 통해 미즈노의 공법을 추측해 보는 것입니다.
7. 신발공장의 생산 방식도 바뀌는 것일까?
이런 기술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신발공장은 지금과 조금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갑피 제조에서는 원단을 입고해 패턴대로 재단하고, 여러 부품을 봉제하며, 보강재를 부착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섬유를 직접 분사해 입체적인 갑피를 형성한다면 일부 공정을 통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공법이 기존 재봉 방식을 모두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생산속도와 불량률, 내구성, 설비 투자비용 등 아직 따져봐야 할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특히 대량생산에서는 동일한 섬유 밀도와 형상을 반복해서 구현하는 기술이 중요해지겠죠.
그러나 한 가지 변화는 분명히 보입니다.
신발 제조 기술이 이제 원단을 잘 가공하는 수준을 넘어, 원단의 구조 자체를 설계하고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8. 신발 테크놀로지는 정말 진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멋진 러닝화 한 켤레가 눈에 들어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독특한 갑피가 궁금해 미즈노 공식 자료를 찾아보고, 관련 제조공법을 조사하다 보니 OXMAN의 로봇 섬유 분사 기술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작은 궁금증에서 시작했지만 그 속에는 고분자 소재, 정밀 압출, 로봇 제어, 3D 성형이라는 다양한 기술이 연결되어 있었어요.
생각해 보면 신발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익숙한 제품입니다.
하지만 그 신발을 만드는 기술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존의 원단을 자르고 봉제하던 방식에서, 섬유를 필요한 위치에 직접 형성하고 기능까지 설계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흥미롭습니다.
미즈노의 실제 제조공법이 공개된다면 OXMAN의 기술과 얼마나 비슷한지 꼭 비교해 보고 싶습니다.
신발 테크놀로지는 정말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자료
- 미즈노 공식 홈페이지: HYPERWARP 96 제품 및 DUAL SKIN UPPER 기술 설명
- 미즈노 2026년 9월 24일 공식 보도자료
- OXMAN O° 프로젝트: Robotic Melt Blowing, Non-planar 3D Printing, Industrial Foaming
퇴근 후 성장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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