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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루나에픽의 레이저 사이핑 가공방식 사용, 러닝화의 움직임을 바꾼 독특한 기술

fupper77 읽는 시간 약 9분

나이키 러닝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에어, 줌 에어, 줌X처럼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기술이 있는 반면,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진 독특한 기술도 있다.

그중에서도 나이키 루나에픽 시리즈에 적용됐던 ‘레이저 사이핑’은 상당히 흥미로운 사례다.

겉으로 보면 밑창에 수많은 얇은 홈을 새겨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었다. 러너가 지면을 밟을 때 발생하는 압력과 발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그 움직임에 맞춰 러닝화가 보다 유연하게 반응하도록 설계한 기술이었다.

특히 루나에픽 플라이니트는 당시 일반적인 러닝화와 다른 접근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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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에픽을 위해 레이저 사이핑 공정까지 직접 개발했다

나이키 루나에픽의 특징은 단순히 새로운 미드솔 소재를 사용한 데 있지 않습니다. 제품에 필요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제조 공정 자체를 새롭게 설계했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기존 러닝화의 미드솔과 아웃솔은 금형 단계에서 홈과 패턴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루나에픽에서는 발이 실제로 굽히고 비틀리는 방향에 맞춰 보다 정교한 절개 패턴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나이키는 5축가공기의 인덱스와 레이져 컨트롤러를 결합한 레이저 사이핑(Laser Siping) 기술을 협력사 TKG태광그룹과 개발해 생산 공정에 적용했습니다.

레이저 사이핑은 레이저 빔을 이용해 미드솔과 아웃솔 표면에 아주 정밀한 홈을 가공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선을 새기는 것이 아니라, 위치에 따라 절개의 깊이와 폭을 다르게 조절해 신발의 유연성과 변형 특성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루나에픽 개발 과정에서는 기존의 평면적인 레이저 가공만으로는 신발의 입체적인 곡면을 정밀하게 처리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나이키는 신발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며 가공할 수 있는 다축 레이저 시스템을 개발·도입하고, 이를 실제 생산공정에 연결한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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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하면 제품 디자인에 맞춰 공장을 움직인 것입니다.

보통은 공장에 있는 기존 설비로 만들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제품을 설계합니다. 하지만 루나에픽에서는 반대로 원하는 러닝 성능을 먼저 정의하고, 그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설비와 가공방식을 새로 만든 것에 가깝습니다.

이 접근 방식은 제조 관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레이저 가공을 이용하면 금형만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미세한 패턴을 만들 수 있고, 동일한 미드솔 소재라도 부위별로 다른 유연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이 많이 굽혀지는 부분에는 더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절개를 넣고, 안정성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구조를 더 유지하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결국 루나에픽의 레이저 사이핑은 단순한 장식 공정이 아니었습니다.

러너의 발 움직임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제조 설비와 가공 패턴으로 변환한 공정 기술이었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나이키의 강점은 분명합니다.

나이키는 새로운 신발을 만들 때 소재와 디자인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한 제조 기술과 설비까지 새롭게 개발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방식이 나이키가 단순한 운동화 브랜드를 넘어 제품 개발과 제조 혁신을 함께 움직이는 풋웨어 기술 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웃솔에 고무를 사용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루나에픽의 또 다른 특징은 일반적인 러닝화와 달리 아웃솔 구조에 루나론 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보통 러닝화에서는 중창에 쿠셔닝 소재를 사용하고, 바닥에는 내구성과 접지력을 위해 별도의 고무 아웃솔을 붙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루나에픽은 폼 자체를 바닥 구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레이저 사이핑을 통해 접지와 유연성을 조절하려 했다.

이는 상당히 실험적인 접근이었다.

쿠셔닝을 담당하는 소재와 지면에 닿는 소재의 역할을 완전히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구조 안에서 해결하려 한 것이다.

레이저 사이핑은 쿠셔닝 기술일까?

엄밀하게 말하면 레이저 사이핑 자체를 새로운 쿠셔닝 소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핵심은 기존 소재의 ‘움직임’을 바꾸는 것이다.

같은 루나론 폼을 사용하더라도 어디에 어떤 형태의 절개를 넣느냐에 따라 압축되는 방식과 유연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루나에픽의 기술을 이해할 때는 ‘새로운 폼’보다 ‘구조 설계’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러닝화의 성능은 소재의 이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소재의 밀도

두께

곡률

절개 위치

아웃솔 패턴

갑피 구조

이러한 요소가 서로 결합하면서 최종적인 주행감을 만들어낸다.

루나에픽은 바로 이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다.

플라이니트와 결합하면서 더욱 독특해졌다

루나에픽은 밑창뿐만 아니라 갑피에서도 새로운 접근을 보여줬다.

플라이니트 갑피를 사용해 발을 양말처럼 감싸는 착용감을 강조했다.

위쪽에서는 플라이니트가 발을 감싸고, 아래쪽에서는 레이저 사이핑이 발의 움직임에 맞춰 폼이 반응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신발의 위와 아래를 따로 개발하기보다 발 전체의 움직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려는 접근이었다.

오늘날에는 이런 통합적인 설계가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실험적인 시도였다.

그렇다면 왜 지금은 레이저 사이핑이 잘 보이지 않을까?

여기에는 러닝화 시장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루나에픽이 등장했던 시기 이후 러닝화 시장에서는 반발성과 에너지 반환을 강조하는 고성능 폼이 빠르게 발전했다.

특히 줌X와 카본 플레이트를 결합한 베이퍼플라이 계열의 등장 이후 러닝화의 경쟁 기준은 더욱 빠르게 변화했다.

기록 단축을 원하는 러너에게 중요한 요소가 쿠셔닝뿐만 아니라 에너지 반환, 추진력, 무게, 플레이트 구조 등으로 확대된 것이다.

루나에픽이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유연한 쿠셔닝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후 나이키의 대표적인 레이싱화들은 빠른 속도와 효율적인 추진에 더욱 집중했다.

기술의 방향이 달라진 셈이다.

그렇다고 레이저 사이핑이 의미 없는 기술이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기술이 현재 제품에 그대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한 기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러닝화의 역사는 수많은 실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고

새로운 구조가 시도되고

러너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다시 설계를 수정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정 기술은 사라지고 다른 기술은 발전한다.

루나에픽의 레이저 사이핑 역시 러닝화 개발에서 ‘소재 자체’뿐만 아니라 ‘소재를 어떻게 움직이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루나에픽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인사이트

러닝화를 볼 때 소비자는 보통 새로운 소재의 이름에 관심을 갖는다.

줌X인지

리액트인지

에어인지

카본 플레이트가 들어갔는지부터 확인한다.

하지만 루나에픽은 조금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좋은 러닝화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새로운 소재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존 소재에 어떤 구조를 적용하느냐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특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레이저 사이핑은 바로 이 부분을 보여준다.

폼을 단순히 두껍게 만드는 대신 어디에서 압축되고 어디에서 움직일지를 설계했다.

즉 ‘더 좋은 소재’를 찾는 것과 동시에 ‘소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루나에픽은 나이키의 실험 정신을 보여주는 러닝화였다

오늘날 나이키 러닝화를 생각하면 알파플라이, 베이퍼플라이, 페가수스 같은 모델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나이키의 기술 발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루나에픽처럼 지금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모델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루나에픽의 레이저 사이핑은 러닝화 밑창을 단순한 보호 장치가 아니라 ‘움직이는 구조물’로 바라본 시도였다.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압력이 이동하고

폼이 압축되고

발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하나의 움직임으로 보고 이를 밑창 설계에 반영하려 했다.

결국 루나에픽의 레이저 사이핑이 남긴 가장 흥미로운 메시지는 이것이다.

러닝화의 혁신은 반드시 새로운 소재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같은 소재를 어떻게 자르고,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움직이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새로운 기술이 탄생한다.

루나에픽은 바로 그 발상을 보여준 나이키의 독특한 실험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새로운 러닝화를 고를 때도 단순히 ‘어떤 폼이 들어갔는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폼을 어떻게 움직이도록 설계했는가’를 살펴본다면 러닝화의 기술을 훨씬 깊이 이해할 수 있다.

fupp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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